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경기 김포시 공무원과 관련해 직접 전화로 민원을 제기했던 이들의 인적 사항이 특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숨진 A(37)씨가 근무하는 김포 시청으로 지속적으로 전화를 거는 등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들을 특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 신상을 공개한 누리꾼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관계 기관에 요청 후 기다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답하며 현재 일부 관련자 3명의 인적사항을 특정했고 이들을 조사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온라인 카페에 이른바 '좌표 찍기'로 해당 공무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글을 쓰거나 집단 민원을 종용하는 글을 쓴 사이버불링(인터넷상 집단 괴롭힘) 가해자들은 아직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이버불링 가해자의 경우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영장을 집행한 상태로, 회신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불링 가해자 규모는 수 명 정도인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 관계자는 “네이버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으로, 온라인 카페에 글을 쓴 사람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여부 확인에 관해서는 “같은 과 직원 컴퓨터 등을 포렌식 한 결과 내부 괴롭힘은 없던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설명했다.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 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이후 A 씨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항의성 민원전화가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민원인들은 새벽에도 김포시청으로 항의 전화를 했고, A 씨는 휴대전화로 당직 근무자의 연락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다만 경찰은 A 씨 신상 공개가 극단 선택의 결정적 이유였는지에 관해선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포시는 유가족과 함께 공무원연금공단에 A씨 순직 인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달 13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죄 및 모욕죄 위반 등의 혐의로 신원불상자 15~20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시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은 지난달 29일 밤 포트홀 긴급 보수로 인한 교통정체에 불만을 표하는 인터넷카페 여러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가며 A씨의 실명·소속부서·직통 전화번호를 네 차례에 걸쳐 올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랍니다’ 라거나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등의 글도 추가로 단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용의자는 지난 2월29일 밤부터 2일 오전까지 시청에 네 차례 전화를 걸어 욕설을 섞어가며 A 씨에 대한 감사와 징계 등을 언급하고, 항의전화 사실을 인터넷카페에 인증했다.
A 씨는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2022년 9월 공직에 입문해 약 1년 6개월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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